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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스노클 명소들이 참 많습니다.
제주도에서 스노쿨을 하던 중 향유고래를 만났어요.
바위틈에 끼어서 괴로워하며 피를 흘리고 있던 향유고래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1. 튜브인가? 이게 뭐지?
요즘은 튜브도 참 다양하게 판매됩니다.
땅콩, 과자, 동물 등등 다양한 모양으로 표현된 튜브들이 많은데요.
처음 향유고래를 발견했을 때, 거대한 꼬리를 보고 튜브인 줄 알았어요."요즘은 튜브를 정말 리얼하게 잘 만드는구나" 하며 감탄을 했었죠.
2. 엇! 튜브가 움직이네?
바닷가에서 스노쿨을 하며 종종 해양 쓰레기를 주워서 처리하곤 했어요. 튜브라고 생각해서 주변 아이들에게 주거나, 주워서 버리려고 손을 뻗는 순간. 한 바퀴 빙그르 돌며 움직이는데, 움직임이 마치 살아있는 물체 같았어요. 혹시 상어인가 싶어서 재빨리 바위 위로 올라가서 확인을 했어요.
3. 상어다! 아니, 고래인가??????
일단, 튜브는 아니었습니다.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큽니다.
움직임을 보고 상어라고 생각했는데,
가끔씩 숨을 내쉬며 물을 뿜는 것을 보고 고래라고 확신했어요.
멀리 떨어져 있는 일행을 불러서 119에 신고해 달라고 했어요.
바위틈사이에 갇혀서 못 나오고 있었고
바위에 부딪혀서 새빨간 피를 쏟고 있어서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4. 해양경찰에 신고하고 동영상을 찍다.
만조 때 해안 가까이 들어왔다가
바닷물이 빠지면서 바위틈에 끼인 상태였어요.
크기는 3미터를 훌쩍 넘는 듯해요.
어림 잡아 1~2톤은 될 것 같지만, 물속에 있으니
물에 들어가서 옮기면 충분히 옮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리고 있어서
치료가 먼저라고 생각했고 해양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해양경찰도 신고를 먼저 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15~20분 정도 걸리니 잘 지켜보라고 했어요.
치료를 해서 돌려보내는 게 좋겠다고 했어요.
5. 뒤늦게 온 사람들이 고래를 꺼내다.
제가 신고를 하고, 사람들에게 통화 내용을 전달했어요.
그런데, 뒤늦게 온 사람들이 고래를 꺼내기 시작했어요. 해경이 곧 도착할 테고 치료를 먼저 해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소용없었어요. 바위에 부딪히고 있는 게 안타까워 보였나 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적극적으로 제지했어야 했는데, 군중심리에 휘둘려서 고래를 끌어내는 사람들을 말리지 못했어요.
이윽고 고래가 바위 틈에서 나와서 헤엄치기 시작했어요.
6. 고래를 배웅해주다.
기왕에 고래가 나왔으니 이제 안전하게 바다로 돌아가게끔 해야 했어요.
다시 바위틈사이에 넣을 수는 없었습니다.
구경하던 사람 중 한 명이 고래를 바다 쪽으로 밀며 헤엄치기 시작했어요.
고래가 방향을 잡고 앞으로 나가더군요.
방향을 바로 잡기 위해 저도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양쪽에서 안내를 해주니 방향을 잘 잡고 바다 방향으로 갑니다.
파도가 너무 거세져서 물안경만 쓰고 있던 다른 사람은 자리에 멈춰 섰고,
저는 스노쿨, 오리발이 있어서 조금 더 나아가서 배웅을 해줬어요.
물속에서 한 바퀴 빙그르 돌고는 힘차게 헤엄치며 바다를 향해 갔어요.
7. 무슨 고래였을까?
고래의 머리 부분이 넓적하고 뭉툭하고 코가 머리 앞부분에 있는 점,
가슴지느러미가 신체에 비해 작은 점 등의 특징으로 보아
향유고래라고 생각돼요.
성체는 최대 18m, 57 ton까지 자라며 갓 태어난 새끼도 3m가 넘는 고래예요.
현존하는 이빨고래 중 가장 거대한 고래이며
유대감이 깊어 동료 중 1마리만 낙오되어도 무리 전체가 기다려 준다고 해요.
아마 새끼 향유고래는 바위틈사이에 갇혀서 괴로워하며
가족들 품으로 가려고 발버둥 치고 있지 않았을까요?
가족들은 좁은 바위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울음소리만 듣고 기다리고 있었을 것 같아요.
상처가 잘 회복되어 다시 건강해져서 바다를 누빌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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